2009년 11월 26일
좋은 야구환경이 독이 된 일본야구의 경쟁력
메이저리그에서 각팀들의 주요전력 자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 선수들은 어째서 그렇게 놀라운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
한국의 야구인들은 늘 일본과 비교하면서 열악한 야구인프라가 기량성장의 커다란 장애물이라고 말하지만, 이들 카리브해 연안국의 야구인프라는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기초적인 야구용품마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너덜너덜해진 글러브와 구멍난 공으로도 경기를 해야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기량은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열악한 환경이 역으로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 선수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기량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들이 흔히 사용하고는 하는 여기저기 흠집이 나고 구멍난 공은 매끈한 공에 비해 공기저항을 크게 받으며 불규칙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이런 공을 어린 시절부터 때려왔던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 타자들은 매우 지저분하게 변화하는 공에도 거의 본능적으로 뱃이 따라가는 감각을 가지게 되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일본타자들이 혀를 내두를만큼 곤혹스러워 했던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흔들리며 불규칙하게 변하는 볼끝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일본의 공인구에 비해 실밥처리가 매끈하지 못하므로 자연히 그 변화가 불규칙할 수 밖에 없다.
훌륭한 야구인프라속에서 최고품질의 야구용품을 가지고 야구를 해왔던 일본타자들은 오히려 그 잇점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애를 먹었던 셈이다.
일본프로야구 경기들의 질은 대단히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
경기력 이외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시킬 수 있게 바람의 영향이 없는 돔구장, 매끈하게 실밥처리되어 공기저항으로 인한 불규칙성을 최소화한 공인구와 같은 최상의 경기조건에서 경기하다보니 선수들은 자신들이 훈련해왔던 내용을 그대로 경기장안에서 완성도있게 발휘할 수 있다.
일본투수들의 자로 잰듯한 콘트롤과 타자의 뱃을 끌고나와 멋지게 삼진으로 잡아내는 포크볼등의 위력도 사실 좋은 경기장 시설과 뛰어난 공인구의 품질의 덕을 많이 본 것이다.
일본 내야수들의 뛰어난 수비도 불규칙 바운드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인조잔디의 덕을 본것이고 외야수들의 멋진 수비도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돔구장의 환경, 역시 불규칙한 변화가 없는 공인구의 혜택을 크게 받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을 벗어나는 순간, 일본선수들의 위력은 크게 떨어진다.
너무나 좋은 환경과 야구용구의 혜택을 받아오다 보니, 그렇지 못한 상황속에 놓였을 때 심각한 적응력 부족에 빠지게 되고 말기때문이다.
곱게만 커온 사람이 힘들고 고된 상황에 빠지면 적응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지난 2006년 제 1회 wbc 대회에서 한국팀은 참가팀중 유일하게 단 한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은 팀으로 남았다.
그런 철벽수비의 핵은 유격수 박진만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불규칙 바운드가 많은 한국의 낙후된 경기장에서 뛰다가 이렇게 좋은 경기장 환경에서 수비를 하니 어려울 것이 없었다는 식의 발언이었다.
야구를 알면 알수록 일본야구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우선 경기의 질이 높기때문이다.
정확함과 세밀함이 특징인 일본야구는 야구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
정말 야구의 질만을 따진다면 단연 일본리그는 세계최고의 리그다.
그러나 그것은 세계최고의 야구인프라와 사용되는 야구용구의 질이 그런 경기들을 만드는 것뿐이며 세계최고의 야구쟁이들이 있는 곳은 메이저리그다.
비록 그들의 경기장 환경이나 야구용품이 일본의 것처럼 경기외적인 요소를 철저히 콘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의 야구선수들이 향유하는 헤택을 누리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기술들을 가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는 넘쳐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린 시절 페트병 뚜껑을 공으로 대용하여 야구를 햐왔던 카리브해 연안국 출신의 선수들이 있다.
난 만일 누군가가 세계최고의 리그는 어디인가 묻는다면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경기의 질을 우선한다면 일본리그일 것이며, 선수 개개인의 플레이에 주목한다면 메이저리그라고.
# by | 2009/11/26 21:42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