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이의 홈런을 부른 마르티네즈의 볼배합.

 

필리즈의 선발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양키즈의 강력타선을 맞이하여, 철저한 변화구중심의 투구를 하였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선 거의 반드시 체인지업이나 커브등으로 타자를 유인해내려 했다.

이런 변화구 중심의 투구패턴은 꽤나 효과적었다.


그러나 변화구의 빈도가 높았던만큼 마르티네즈가 허용한 두개의 솔로홈런 모두 역시 변화구를 던지다 얻어맞았다.

테세이라에게는 체인지업을 던지다 홈런을 허용했고, 또 마츠이 히데키에게 허용한 뼈아픈 결승홈런은 커브가 통타당했다.


마츠이에게 홈런을 얻어맞은 커브는 사실 실투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오히려 완벽하게 제구되며 인코스로 낮게 떨어진 훌륭한 커브였다.

그러나 마츠이는 그 공을 쳐내 홈런으로 연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변화구 공략의 달인으로 평가되는 매니 라미레즈에 비견될만큼, 고도의 기술이 묻어나는 홈런이었다는 평가도 나올정도로 환상적인 스윙이었다.

투스트라이크 원볼이라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그것도 완벽하게 제구된 커브가 홈런으로 연결된 것은 마르티네즈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질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츠이의 이 홈런은 커브공략의 기술 역시 높이 평가할만하나, 그 보다는 노림수의 개가였다는 점에 더 비중을 둬야 할 것같다.

마르티네즈가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반드시 커브를 던질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마츠이는 예민한 감각으로 커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궤도로 어느 로케이션을 통과할 것인지를 마츠이는 계속해서 머릿속에 이미지화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스윙을 조율하고 있었다.

마츠이는 그대로 힘껏 스윙했을 뿐이다.


마르티네즈가 마츠이에게 홈런을 허용했던 6회는 이제 어느정도 타자들이 투수의 공을 경험해보면서 볼배합과 공의 궤도에 꽤나 익숙해져 있을 시점이다.

따라서 투수에겐 모든 면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르티네즈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체인지업을 던지다 홈런을 허용했던 테세이라에겐 모든 공을 체인지업으로 던지는 의표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삼진을 잡아냈고 로드리게스에겐 1구에서 3구까지 계속해서 포심을 던지다 4구 체인지업으로 역시 삼진을 잡아냈다.

그리고 마츠이를 맞이했다.

마르티네즈는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마츠이는 첫타석에서 마르티네즈의 커브를 받아쳐 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르티네즈의 선택은 또 역시 승부구로 커브를 던지는 것이었다.

테세이라에게 구사했던 볼배합처럼 역시 자신이 맞았던 공을 승부구로 활용하는 볼배합이었다.

그러나 마츠이는 이미 그런 볼배합을 테세이라의 타석을 통해 지켜봤다.

그리고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십중팔구 커브나 체인지업으로 유인해온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마츠이가 아니라 어떤 타자라 하더라도 그 상황이라면 당연히 커브를 노렸을 것이다.


물론 마르티네즈가 커브를 던진것을 두고 그의 볼배합을 비난하는 것은 결과론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마츠이가 마르티네즈의 커브에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났다면 마르티네즈의 타자의 심리를 역이용한 볼배합이 크게 칭찬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이미 3,4번을 삼진으로 처리하여 투아웃을 잡아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좀더 안전지향적인 볼배합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이미 커브를 공략하는데 성공했던 마츠이에게 또다시 커브를 구사할만큼 모험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지기때문이다.


물론 타자의 의표를 찌르기 위한 모험적인 볼배합은 상당히 요긴하긴 하다.

그러나 그런 볼배합을 너무 많이 보여주게 되면 경기후반으로 갈수록 그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잘 확인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마츠이의 홈런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다.




덧글

  • 파이란 2009/10/31 02:11 # 삭제 답글

    제 아무리 마쓰이가 그 코스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글쎄요, 다시 한 번 그 코스로 그 기가 막힌 커브가 들어온다고 한다면 그 공을 걷어서 홈런 칠 수 있었을까요? 이럴 때 쓰는 말이 있죠. 로.또. 뭐 하기사 대부분의 큰 경기들은 그러한 로또가 승부를 좌우하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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