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빅볼론자들의 먹잇감 스즈키 이치로.

한 선수가 팀득점에 얼마만큼 기여하는 가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어왔다.

이는 타점이나 득점이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세이버 메트릭스 이론에서는 먼저 타점이나 득점과 같은 기존의 개념에서 탈피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타점이 객관적일 수 없는 것은, 타자가 맞이하는 주자상황이 같을 수 없다는데 있다.

기대타점수는 루상에 주자가 많이 모여있어 잠재적인 득점자가 많을수록, 또 주자가 위치해 있는 베이스가 홈에 가까울수록 증가하는데, 이 같은 외부적인 조건이 다르다면 객관적인 능력비교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타점 그 자체는 한 선수의 타점능력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득점의 경우도, 후속타자의 타점능력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또 루상의 주자를 앞에 두고 출루한 경우가 많은 타자는 찬스에서 출루하여 타점을 올리거나 팀득점의 기대수준을 높혔다라는 공헌에도 불구하고 선두타자출루를 많이 한 타자에 비해 득점에 불리하다라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떠나, 타점과 득점만을 맹신해서는 안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사실 한 선수가 올리는 타점은 타점을 올린 선수만의 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루홈런으로 일거에 4타점을 올린 선수가 있다고 하자.

만일 루상에 출루해있는 주자가 없었더라면 그 선수의 타점은 1점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팀의 득점에 대한 공헌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타점에 관련되어 있는 다른 선수들의 공헌도도 함께 산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이버 메트릭션들이 고민해왔던 부분도 이것이었고, 그래서 만들어낸 개념이 득점기대치라는 것이다.

이 득점기대치는 세이버 메트릭스 이론에서 매우 중요한데, 도루의 가치, 번트의 가치, 고의사구의 유용성등이 부정되었던 것도 바로 이 득점기대치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나서 좀더 명확해졌던 것이다.

 

득점기대치란 득점은 아웃카운트가 적을수록, 또 루상의 주자가 많을수록, 주자가 보다 많이 진루해있을수록 기대득점은 높아진다라는 매우 당연한 사실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것을 수치화였다.

어느 특정 아웃카운트, 주자상황에서 그 이후 이닝이 종료될 때까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득점이 가능했는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으로 득점기대치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노아웃 주자 1루상황을 주자 1,3루 상황으로 바꾼 안타를 어느 타자가 쳐냈다고 하자.

득점기대치라는 정확한 수치를 이용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그저 이 선수가 찬스를 확장하여 이어갔구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득점기대치라는 명확한 수치로서 이 선수의 팀공헌을 평가해보면 그는 팀의 향후 득점기대치를 0.536에서 1.185로 올리는 기여를 한 것이다.

득점기대치가 1.185라는 이야기는 평균적으로 보면 1점은 예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물론 1점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다까지나 지금 당장 실제득점으로 환원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점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음에도 평균적으로 1.185의 득점을 했다는 이야기는 평균치보다 많은 점수가 난 경우도 많았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루상에 주자를 모아두는 것과 팀득점과의 상관관계다.

한명이었던 주자를 두명으로 불리게 되면 후속타자의 최대타점치가 2에서 3으로 상승한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주자 1루상황에서는 후속타자의 가능타점이 0-2사이에서 움직이지만, 주자 1,3루상황은 0-3사이에서 움직인다. 게다가 선행주자가 3루까지 진출해 있는 상황으로 최소한 1점이상이 들어올 수 있는 득점확률은 대단히 높아져 있음은 물론이다.

 

주자를 모아두는 것은 대량득점을 위한 포석이다. 단번에 장타로 루상의 주자를 불러들이는 공격은 확실하게 눈에 보이는 득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지금 당장 팀득점을 올려주지는 않지만 루상의 주자를 모아주는 안타는 후속타자의 최대타점치를 높여주기 때문에 득점기대치는 매우 크게 된다.

 

야구의 빅볼은 스몰볼과는 달리 대량득점을 목표로 한다.

빅이닝을 만들어 대량득점을 노리는 빅볼은 한점이라도 득점확률을 우선시하는 스몰볼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은 빅볼을 선호하는 이들조차도 주자를 불리는 짧은 단타나 볼넷이 그 당장 타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라 해서 폄훼하고 장타만을 선호한다라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런 시각을 가진 이라면, 그는 빅볼을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빅볼은 대량득점을 노린다.

그렇다면 우선 중요시되는 것은 루상의 주자를 모아놓아 득점기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후 장타로서 거둬들이는 것이다.

만일 루상의 주자를 모으는 것은 무시하고 단순히 장타만을 선호하는 이라면, 대량득점을 목표로하는 빅볼론자라기 보단 롱볼론자라고 부르는 편이 맞다.

그리고 롱볼은 본질적으로 적은 점수를 높은 확률로 얻어내고 싶어하는 스몰볼과 같다.

장타만을 우선시하는 것은 루상의 주자를 모아 득점기대치를 끌어올린 후 장타로 스윕하는 형태를 이상적이라고 했던 빌 제임스의 대량득점을 목표로 하는 빅볼전략과는 거리가 멀며, 득점확률면에서 보더라도 스몰볼보다도 가치가 떨어진다. 장타는 무한정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아웃카운트를 소비하면서 득점확률을 높이는 스몰볼이 더 합리적이다.

 

난 그동안 스즈키 이치로를 높이 평가한다라는 이유만으로, 스몰볼주의자라는 오해를 참 많이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난 빅볼주의자이기에, 빌 제임스가 말한 공격이론을 대단히 신봉하고 있기에, 이치로를 좋아할 뿐이다.

왜? 그는 득점기대치를 올려주는데 발군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매력은 득점권 타율은 물론, 주자 있는 상황에서 경이적인 성적을 거두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아웃을 잘 당하지 않으면서 루상의 주자를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셋으로 불리는데 탁월하다.

후속타자의 타점가능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팀의 대량득점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짐을 의미한다.

혹자는 그의 타점을 들어, 그의 득점권 타율을 폄하하기도 하는데, 그는 중심타선앞에서 양질의 찬스를 만들어주는 테이블세터다.

과연 테이블세터에게 타점이 그리도 중요한 것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후속타자이후의 팀 득점기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빌 제임스는 결코, 장타만이 선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타자들의 연이은 출루후 장타에 의한 스윕으로 대량득점. 이것이 빌제임스가 말한 효율적인 대량득점의 방법이요, 곧 빅볼의 기본 개념이다.

 

빅볼의 두가치 축은 득저기대치를 끌어올리는 것과 그 득점기대치를 로스없이 득점으로 바꿔버리는 장타력이다.

이치로는 그 두가지 축중 하나를 완벽하게 해내는 스페셜리스트다.

그러나 빅볼의 기본개념조차 모르는 이들이, 스몰볼보다도 효율적이지 못한 롱볼을 신봉하는 소심한 이들이, 장타력 부재를 이유로 이치로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가증스럽게도 빅볼을 이야기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덧글

  • 건방진천사 2009/12/23 13:13 # 답글

    스즈키 이치로는 한국에서는 일본이니까 까내리고, 미국에서는 이방인 (특히나 그들이 무시하는 동양인)이니까 까내려서 그렇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그만한 훌륭한 선수도 찾기 힘든데 말이죠. 타율대비 볼넷이 다소 적다는 언급도 있긴 합니다만, 안타를 그만큼 많이 쳐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테이블세터의 중요성은 찬스에 강한 4번타자 중요성 못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량득점에 대한 얘기도 동감합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8회 8:0 상황 무사 12루에서 홈런으로 8:3 만들고 끝내는게 좋은건지, 아니면 단타로 만루나 1득점+13루 만드는게 좋은건지는 야구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감각적으로 느끼는 부분이죠. 주자를 불리는게 좋은 상황에서 나오는 홈런은 안타만 못하다고도 하죠.
  • wizard 2009/12/24 08:33 # 삭제

    스케일 큰 대량득점을 노린다고 한다면, 반드시 중요한게 주자를 루상에 모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출루율이 좋아서도 안되고 찬스를 잡으면 끊어지지 않고 연결시켜나가는 것이 수반되어야 하구요.
    공감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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