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의 사이즈모어, 득점기대치의 이치로.

타자가 진루를 통해 팀에 기여하는 것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1. 루상에 첫주자로 나가는 것.

2.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는 것.

3. 선행주자를 불러들이는 것.


이중, 1번과 3번은 각각 득점과 타점의 수를 통해 그 능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야구기록으로선 2번에 해당하는 기여는 알 수 있는 지표가 없다.

예를 들면,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안타를 쳐 선행주자를 3루로 보내게 된 경우, 분명 팀의 득점가능성을 높이는 기여를 한 것이나, 득점과 타점만을 보게 되면 이런 기여는 묻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가 스즈키 이치로일 것이다.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 볼넷에 많이 의존하는 사이즈모어에 비해 이치로가 갖는 비교우위는 바로 압도적인 안타생산능력에 있다.

아무리 이치로가 단타의 비율이 높다하더라도, 단타역시도 결코 볼넷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볼넷에 비해 안타의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은 선행주자를 진루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

볼넷의 경우, 주자가 1루에 있는 경우가 아니면 결코 선행주자를 진루시킬 수 없다.

반면, 안타의 경우에는, 거의 무조건 1베이스이상씩을 진루시킬 수 있다.


사이즈모어처럼, 쳐지는 안타생산능력을 많은 볼넷을 얻어냄으로써 상쇄시키는 것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야 크게 문제가 없지만, 루상에 주자가 있는 경우에는 한계점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록상으로 사이즈모어의 이런 약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 야구의 기록에선 위의 1번과 3번의 기여를 나타내는 득점과 타점만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즈모어는 안타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볼넷을 많이 얻어내 득점을 높혔고,  뛰어난 장타력을 이용해서 많은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선행주자를 함께 진루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안타를 많이 치지 못한다.

그는 2번항목에 약점을 가진 선수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상으로 감춰진다.


난 지금부터 바로 2번항목의 능력을 수치로 측정하여 이치로와 사이즈모어를 비교해볼까 한다.

득점과 타점만으로 타자의 득점기여능력을 비교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것이므로, 난 제대로 이 두선수를 비교해보고 싶은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수리과학이란 책을 보면, 카운트별 주자상황에 따른 팀의 득점기대치를 나타내는 표가 나온다.

그 표에 따르면 무사 1,3루 상황에서의 득점기대치는 1.956이다.

이는 2002년도 메이저리그의 평균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으로, 무사 1,3상황에서 메이저리그 팀들은 평균적으로 1.956점을 뽑아냈다는 뜻이다.


만일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에서 단타를 쳐, 주자를 3루로 보냈다고 가정했을 때, 타점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팀의 득점기대치를 1.956점까지 올린 기여를 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타자는 얼마만큼 팀의 득점기대치를 올린 것일까?

그것의 계산이야 간단하다.

노아웃 주자 2루에서의 팀의 득점기대치는,  2002년 메이저리그 평균데이터를 통해 보면 1.142점이다.

따라서 1.956에서 1.142를 감해주면 바로 이 타자의 팀 득점기대치에 대한 공헌도가 나온다. 그는 팀의 득점기대치를 0.814점 올리는 공헌을 한 것이다. 타점으로는 기록되지 않았지만..


현역 메이저리거중 통산타율 2위를 자랑하는 이치로는 이처럼 타점으로는 연결되지 않지만,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며 팀의 득점기대치를 높혀주는 부분에서 사이즈모어를 압도한다.

단타의 경우 2루주자가 3루까지만 진루한다고 가정하게 되면, 이치로가 2루주자를 3루로 보낼 수 있는 확률은 그의 1루타율인 2할4푼1리다. 여기에 이를 통해 높아지는 득점기대치의 증가분을 곱하면 0.196점이 된다.

한편, 사이즈모어는 1루타율이 1할2푼5리이므로, 여기에 득점기대치의 증가분을 곱한 값은 0.102점이다.

더우기 안타수에 있어서 213 대 170으로, 이치로가 크게 리드하고 있는점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사이즈모어는 장타력을 이용해서 그 주자를 홈으로 직접 불러들이는 파괴력이 있다.

그러나 장타는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며, 확률적으로 낮다.

그럼 사이즈모어의 2루타율, 3루타율, 홈런율등을 한번 살펴볼까?

그의 2루타율은 5푼2리, 3루타율은 7리, 홈런율은 4푼4리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그의 타점상황에서의 득점기대치를 알아보자.

주자상황은 앞서 계속해서 상정해온 것과 같이, 무사 2루의 상황이다.

 

 그가 2루타를 통해 2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확률은 5.2%이므로 그의 타점예상치는 0.052*1=0.052점이다.

3루타로 불러들일 확률은 더 낮은 7%이므로, 타점기대치는 0.007*1=0.007점이다. 

사이즈모어가 자랑하는 홈런의 경우도 4.4%이므로 타점기대치는 0.044*2=0.088점이다.

이것들을 다 더해볼까? 0.147점이 된다. 이치로의 경우인 0.052보단 확실히 높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타점으로 기록되진 않으나 선행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켜 팀의 득점기대치를 높이는 능력에선 0.196 대 0.102로 이치로가 우세를 보였다.

따라서 타점기대치와 타점은 되지 않지만 선행주자를 3루로 보낸 상황의 득점기대치를 합산해보면 0.262점대 0.256점으로 이치로가 우세를 보인다.

 

이는 절대 타점만을 봐서는 볼 수 없는 이치로의 팀의 득점에 대한 기여도인 것이다. 안정적으로 꾸준히 팀의 득점에 기여하는 쪽은 사이즈모어가 아니라 이치로임은 명백한 것이 아닌가?


2년전에 쓴 글이지만, 타점과 득점기대치에 대한 구분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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