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우치의 난조의 이유와 김태균의 신뢰성.

소프트뱅크의 좌완 에이스 스기우치 투수가 좀처럼 보기힘든 초반난조를 롯데전에서 보여줬다. 스기우치의 직구가 잇달아 장타로 연결되며 1회에만 4실점을 했다.

1회초 롯데의 선두타자 니시오카에게 직구를 통타당해 3루타를 허용하더니, 오기노에게 2루타, 급기야는 김태균에게 3점홈런까지 내주고 말았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생각하는가?

평소의 스기우치와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직구 구속이야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스피드도 평소와 다를바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스기우치는 구속자체는 원래 별볼일이 없는 투수다.

그럼 로케이션의 문제였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공이 가운데로 몰리거나 높게 공이 들어가서 얻어맞았던 것이라고도 보기 힘들었다.

또 변화구 구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덩달아 직구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것이라고도 보기 힘들었다.

김태균에게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허용한 이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대폭 늘렸는데 타자들의 헛스윙을 잇달아 유도해내는등 변화구의 키레는 평소와 다를바 없었다.

 

사실 투수가 갑작스럽게 난조를 보이는 경우, 구속의 감소 때문에 그것이 야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별한 몸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투수의 구속수준이 경기마다 요동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구속보다는 제구의 문제로 인한 것이 훨씬 더 크다.

내가 구속이 투수의 투구에 있어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구속이 변함없음에도 다른 요소들에 의해 투구의 질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구의 문제보다도 더 투수의 난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스핀이다.

 

릴리스 동작이 불안전해져서, 우투수를 기준으로 어깨가 너무 일찍열리면 직구에 내츄럴 슈트가 들어가고, 어깨가 너무 늦게 열리면 내츄럴 슬라이더가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는 슈트나 슬라이더를 의도적으로 던지는 경우와는 달리, 포심을 던지려고 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슈트회전과 슬라이더 회전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어중간한 스핀을 가진 타자가 치기에 딱 좋은 배팅볼이 되기 십상이다.

아무리 구속이 빨라도 소용없다. 무빙패스트볼도 아니요, 백스핀이 살아있는 포심이 아닌 이런 공은 구속과는 상관없이 타자의 먹잇감이 될뿐이다.

 

스기우치는 원래 구속은 느리지만, 안정된 투구폼에서 뿜어나오는 살아있는 백스핀과 함께 낮게 깔려들어가는 포심의 위력이 만만치 않은 투수다.

그는 일본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닥터k다. 직구의 위력 자체가 없는 것이라면 그토록 많은 삼진을 양산해낼 수도 없는 것이다.

 

오늘 스기우치는 마치 지난 해 포스트시즌에서 포심의 백스핀이 무뎌지면서 초반 ko당했던 경기를 연상케 하는 투구내용을 1회 보여줬다.

지난 해 스기우치가 포스트시즌에서 초반 ko당했던 경기는 최고구속이 146km에 달할만큼 구속만으로 보면 가장 좋았던 경기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된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스기우치는 결국 승리투수가 되었다.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경기중에 그것을 수정해낼 수 있는 수정능력의 향상때문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대투수가 되기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김태균은 칠 수 있는 공은 실수없이 칠 수 있다라는 타격의 안정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타자는 자신의 컨디션이 나쁠때에는 배팅미스를 저지르며 충분히 칠 수 있는 공임에도 범타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은데, 김태균에겐 이런 면이 없다.

흔히 한국팬들은 김태균이 치지 못하면 팀은 진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말은 맞다. 그의 동료들이 안타쇼를 펼칠 때, 김태균도 꼬박꼬박 그 쇼에 참여하기 떄문이다.

칠 수 있는 공을 미스없이 쳐내는 김태균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그러기에 난 김태균의 일본리그 연착륙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그는 이승엽과 같은 공포스런 의외성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납득할만한 타격은 해준다.

상대 투수의 공이 너무 좋아 팀의 타선이 침묵할 때 그의 방망이만 불이 붙어 고분분투하는 경우는 그리 없지만 팀의 타선이 불이 붙었을 때 그 흐름에는 배신없이 동승해주는 것이 안정감 넘치는 김태균의 명확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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