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를 침몰시킨 일본의 무기는 조직이 아닌 개인기였다.

이번 대회 최고의 서프라이즈 팀으로 각국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는 팀은 다름아닌 일본이다.
특히 덴마크를 3-1로 완파한 이후, 일본에 대한 고평가는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과연 덴마크전에서 보여준 일본의 경기력이 전술,조직적으로 그런 찬사에 어울릴만큼 대단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전반 초반, 피지컬을 내세우는 북유럽팀 답지 않은 정교한 패스워크가 특징인 덴마크의 패싱 게임이 물흐르듯 전개 될땐, 일본이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었다.
194cm의 큰 신장과 기술을 겸비한 대형 타겟형 스트라이커 벤트너를 보유한 덴마크의 공격을 일본이 봉쇄하기 위해서는 최전선부터 적극적인 프레싱이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일본의 수비조직은 다소 자신의 진영쪽으로 내려가 있었다.
이렇게 상대를 자유롭게 놔두게 되면, 덴마크의 정교한 패싱게임이 가능하게 될 뿐만아니라, 우세한 신장을 활용한 파워플레이를 노린 롱볼이 정확도있게 일본의 페널티박스 내로 운반될 것이 뻔했다.
이렇게 되면 자칫 일본은 대량실점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감독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덴마크팀이 매우 까다롭다라는 것은, 파워플레이에도 능할 뿐아니라, 스피디한 윙포워드를 내세운 배후공간 공략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파워플레이를 견제하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려 전선압박수비를 펼친다면, 덴마크는 롬메달, 토마손을 활용하여 뒷공간을 공략해 들어올 것이다.
경험많고 지능적인 이들 덴마크의 윙포워드들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하며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공간침투가 두려워, 뒷공간을 지우는 수비를 했다간 이번엔 피지컬에서 우세인 덴마크의 파워플레이가 또 일본을 괴롭힐 것이다.
화려한 맛은 없지만 다양한 공격루트를 가지고 있는 덴마크는 수비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고, 여기에 대한 일본팀의 고민은 다소 어정쩡한 수비조직의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단언컨대, 덴마크전에서 보여진 일본팀의 전술, 조직은 앞서 있었던 카메룬전이나 네덜란드 전에 비하면 레벨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일본은 3-1의 쾌승을 거두었다.

그것은 일본이 가진 개인의 힘, 즉 뛰어난 개인기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었다.  일본의 강점이라고 하는 조직과 전술이 가장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던 경기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약점이라고 여겼던 개인의 힘에 의해 승리를 거뒀던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축구가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개인기술은 바로 플레이스 킥의 기술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본선수들의 플레이스 킥 기술은 세계수준에 올라와 있었다.
프리킥 천재 나카무라 슌스케가 바로 이점을 세계무대에서 제대로 각인시켜온 일본인 플레이어였다.
톱피스드 상태에서의 테크닉에선 아직 세게 톱수준과 격차가 제법 크게 존재하지만, 정지상태에서의 테크닉에선 일본은 이미 세계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정지상태에서의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일본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덴마크전에서 가장 선명하게 발휘되면서 전술과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경기에서 뜻 밖의 완승을 거두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덴마크전에서 보여졌던 재미있었던 것중의 하나는, 충격적인 2연속 프리킥골을 허용한 후 덴마크 선수들의 수비였다.
프리킥을 허용하면 위험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 덴마크 선수들은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치지 못하고 일본 선수들을 자유롭게 놔두기 시작했다.
체력저하의 문제도 있었지만, 뛰어난 일본선수들의 플레이스 킥능력에 대한 두려움도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파울을 많이 저지르며 거친 수비를 하는 팀들.. 이들이야말로 일본팀의 가장 좋은 먹잇감인지도 모르겠다.







덧글

  • 모순범벅 2010/07/02 12:33 # 삭제 답글

    역시나,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정리를 잘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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