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정통파투수인 우에하라 코오지가 주는 재미.

지난 7월,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신임감독으로 죠 월터가 오게되면서, 우에하라 코오지는 신 클로저로 지명받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험적인 시도였으나, 우에하라는 꾸준히 세이브를 쌓으면서 감독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보통 팀의 클로저하면 95마일이상의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수가 맡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는 상식으로 통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고작 86-89 마일정도의 구속을 보여주는 우에하라가 클로저를 맡는다라는 것은, 웬지 어색해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일본에서는 포크볼로 유명했던 우에하라의 올시즌 투구패턴은 오로지 속구로만 승부하는, 엄청난 강속구를 가지고 있는 정통파투수들에게서도 발견하기 힘든 그런 투구스타일이다.

그럼에도 타자들은 우에하라의 느린 직구에 뱃이 늦어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곤 한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에하라는 일본시절부터 스피드건에 찍히는 수치 이상으로 빠르게 느껴지는 속구를 던지던 투수였다라는 사실이다.

伸びのある 라는 표현을 일본에서는 많이 쓰는데, 공이 홈플레이트 부근에 접근할수록 오히려 더 빨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직구에 대해서 이런 표현을 쓴다.

 

이런 구질의 직구의 경우, 공에 걸리는 백스핀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백스핀은 공기의 저항과 중력의 영향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서, 타자에게 공이 떠오르는듯한, 그리고 가까이 올수록 점점 빨라지는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우에하라의 백스핀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상위권에 속할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 정도의 구속으로 속구일변도의 투구패턴으로도 타자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구속에 비해 자신의 공을 훨씬 더 빠르게 타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우에하라의 노하우에는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그것은 투구폼을 통한 완급조절이다.

타자는 투수의 투구폼을 보고 스윙의 타이밍을 잡는다.

그런데 만일 투수가 그 투구리듬에 변화를 주게 되면 타자는 어떻게 될까?

같은 구속이라도 스윙타이밍을 빼앗기게 되었을 때 훨씬 그 공이 빠르게 느껴진다.
투구의 리듬에 계속해서 변화를 주어,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뺏는것에 우에하라는 능하다.

 

일본리그에서, 느린 구속임에도 높은 삼진율을 보여주는 투수로서 와다 츠요시와 나루세 요시히사가 있다.

이 두 투수의 공통된 특징은 릴리스 포인트를 타자가 관찰하기 대단히 힘든 그런 변칙적인 폼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 두 투수들도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아 자신의 공을 구속이상으로 빠르게 느껴지도록 하는 고도로 발달된 투구기술을 가지고 있는 부류다.

 

투구폼을 이용해서 타자의 스윙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 이것은 일본야구만의 독특한 노하우인 것 같다.

이중 투구모션이 금지된 지금에도, 일본투수들은 키킹동작에서 교묘하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종작에서의 완급조절이 큰 특징이다.

키킹후 릴리스까지의 동작이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처럼 익숙한 리듬이 아니라, 매우 변칙적이다.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북중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구를 잘 할수 있는 잠재력에서 분명 떨어지는 일본선수들은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개발에 열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은 당연한 사실.

그 결과 일본투수들의 경우, 타자가 느끼는 체감스피드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이상인 경우가 매우 많다.

 

기대치에 비해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일본인 메이저리거 투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오카지마 히데키의 경우도, 투구폼을 통한 완급조절로 크게 재미를 보았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일본투수들의 이러한 기교는, 결국 편법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에 익숙해진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의해 얻어맞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본발 칼럼도 본 기억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의 기술야구가 가져다주는 재미는 분명히 있다.

피지컬의 열세를 교묘한 기술로서 커버하는 그런 류의 플레이는 일본야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절대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글

  • Reality 2010/09/21 15:45 # 답글

    지금 우에하라가 보여주고 있는 블론세이브의 연속적인 양상을 보면
    '그랬던 그가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일본투수들의 이러한 기교는, 결국 편법인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에 익숙해진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의해 얻어맞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본발 칼럼도 본 기억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을지 모른다.'

    이 문단이 현실화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저도 우에하라는 잘하길 바라는데 쩝...
  • ㅇㅇ 2010/09/21 18:27 # 삭제

    우에하라 그후에 포크볼 던지면서 다시 삼진의 산을 쌓고 있네요 직구 일변도는 좋지 않기에
    그저께 3삼진 오늘2삼진 포크볼의 위력이 정말 대단 합니다
  • 대단한 2010/09/22 03:24 # 삭제 답글

    대단한 투수인줄 알고 찾아 봤더니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군요
    몇경기에 지나지 않는 세이브상황에서 생각보다 많은 비율의 불론세이브도 기록하고 있네여
  • wizard 2010/09/23 10:54 # 답글

    최근 몇경기에서 집중적으로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탓에 기록이 나빠졌는데, 그 이전까지는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로 큰 임펙트를 남겼었습니다. 아직 마무리로 돌아선지 얼마되지 않아 누적기록의 양이 적기때문에 스탯이 크게 요동치고 있죠.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피홈런 제로에 블론세이브 제로, 방어율 1점대였습니다.
    우에하라는 원래 포크볼로 유명한 투수였는데, 그 포크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강속구투수들도 쉽지않는 패스트볼에 의존한 투법으로 성적을 냈었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겁니다.
    물론 패스트볼에 의존하는 단순한 투구패턴이 최근 얻어맞는 이유라고 봅니다만.
    우에하라는 지금 의도적으로 패스트볼을 집중점검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성적보다는 내년시즌을 대비한 포석이라고 보여집니다.
    만일 현재까지 위력을 확인한 패스트볼에 기존의 포크볼을 섞는 본래의 투구패턴으로 돌아온다면 전체적인 공의 위력은 더욱 배가되겠죠.
  • ... 2010/09/23 22:58 # 삭제 답글

    우에하라 아직 40이닝도 던지지 않았고 작년 선발로 부적합 판정나서 올해 본격적으로 불펜으로 돌아왔는데 현재 40이닝도 던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율 3점이면 메이저리그에서 흔하디 흔한 평균이상의 불펜투수로써 이런 투수를 극찬을 하기에 무리수가 있네요.
    우에하라는 일본 최고의 선발투수입니다. 일본선수들의 재평가가 현실화가 되는것 같네요
    마쓰자카는 4선발급 활약을 하고 있으니......
  • 안녕하세요 2012/04/17 02:12 # 삭제 답글

    죄송하지만 블로그 프로필 사진에 와다츠요시 폼 1.2.3.4 일본어로 뭐라고 써있는 건가요?
    rladntlr32@naver.com 으로 다변주시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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