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에겐 명장의 향기가 난다.

발렌타인의 후임감독으로 니시무라 감독이 롯데의 지휘봉을 맡게 되었을 때,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경험이 알천한 그가 과연 하향세에 있던 팀을 부활시킬 수 있을까란 불안감을 지우긴 힘들었다.
그러나 니시무라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신임감독답지 않은 여유와 베짱이 있었다.
한국에서 건너온 일본프로무대 데뷔 1년차인 김태균을 과감하게 4번타자로 기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즌초반부터 일본무대 적응자체가 의심될만큼 그가 헤메고 있음에도 김태균을 붙박이 4번타자로 기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밀고 나갔다.
어떻게 보면 무책과 무모함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일이었으나, 결과는 니시무라에게 최상이었다.
김태균은 5월부터 경이적인 몰아치기를 시작하며 니시무라의 믿음에 화끈하게 보은했다.
이때부터 니시무라의 야구는 한국팬들사이로부턴 믿음의 야구로 불리우게 된 것같다.
역시 치바 롯데 마린즈를 거쳐갔던 한국인 타자 이승엽 선수의 첫시즌을 떠올려보자.  그가 초반에 부진하자 발렌타인 감독은 그다지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자국선수들에 대한 지지가 뜨거운 한국팬들이 앙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
하지만 니시무라는 달랐다. 이승엽을 믿지 않았던 발렌타인과는 달리 니시무라는 김태균을 믿어줬고 결과 역시 좋았다.
한국팬들에겐 덕장 니시무라는 최고였다.

시즌 초, 롯데가 기대밖의 선전을 거듭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중요한 교두보를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니시무라의 선수들을 믿어주는 스케일큰 매니지먼트가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다.
팀 구성원간의 끈끈한 팀의식을 형성시키기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니시무라는 질책보다는 칭찬과 믿음을 우선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니시무라가 후반기에도 전반기에 보여주었던 노선을 그대로 유지했다면, 결코 롯데는 피말렸던 일본햄과의 순위다툼에서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같은 것이지만, 시즌 초중반에 보여준 니시무라의 스타일은 때론 무책과 방관으로 흐를 수 있다.

팀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각 선수들의 개인의 힘을 남김없이 효율적으로 팀전력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세밀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정에 얽매이지 않고, 부진한 선수는 과감하게 내치고, 잘 할 수 있는 선수에겐 과감하게 출장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가지 예지만, 타순구성 역시 각 타자의 타격컨디션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시즌초반 김태균은 니시무라의 믿음의 야구가 창출해낸 최고의 결과물이었지만, 반대로 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롯데에게 김태균의 존재는 니시무라가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던 믿음의 야구의 약점을 제대로  추궁하고 있는 것이었다.
후반기의 김태균은 누가보더라도 명백하게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타자였다. 그런 그를 4번타자로 기용한다라는 것은 상식밖의 기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니시무라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김태균을 7번으로 내리고, 타격컨디션이 좋은 사부로, 후쿠우라, 이마에로 이루어진 클린업트리오를 구상해냈다.
(이 타순변경이 이후 롯데의 공격에 있어, 얼마나 큰 잇점이 되었는지는 설명차제가 필요없을 것이다.)
후반기 한경기 한경기가 결승전과도 같은 상황에 이르자, 니시무라는 종래의 스타일을 버리고 마치 토너먼트경기를 치르는듯한 세밀한 매니지먼트로 팀을 강하게 조였다.

세이부와 치뤘던 클라이막스시리즈 2차전은 달라진 스타일의 니시무라 야구의 백미를 보여준 경기였다는 생각이다.
선발 머피가 초반 제구가 흔들리며 믿음을 주지 못하자, 니시무라는 과감하게 그를 빼고, 일치감치 선발요원인 와타나베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리고 그 이후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듯한 계투책으로 1차전에 이어 세이부에게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감독경력이 알천한 신임감독이었던 니시무라는, 생각외로 거시적인 매니지먼트, 미시적인 매니지먼트를 균형감있게 해낼 수 있는 수완을 가진 감독이었다.
올시즌 롯데는 여러명의 선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정이외의 스탯을 찍으며, 대폭적인 전력업을 이뤄냈지만, 이미 전성기를 지난 노장선수들을 많이 끌어안고 있는 팀사정상, 팀은 이후 점점 미혹에 빠져들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니시무라의 수완을 생각해보면, 이 흐름을 훌륭하게 넘어 팀을 편성해나갈 수 있다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초반 니시무라에겐 우직한 김태균의 유모이상의 이미지밖에 보여지지 않았지만, 이제 그것이 아니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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