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제임스의 이론에 적용해본 공인구의 차이

세이버 메트리션의 창시자인 빌 제임스는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란 곧 누가 더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끄는가 하는 싸움과 같다고 말했다.

아마 볼카운트별로 타자의 스탯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이 가는 대목일 것이다.

올해 일본에 진출했던 김태균 역시 볼카운트별로 극명하게 성적이 엇갈린 경우였다.

특히 초구를 공략했을 때에는 상당히 높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에는 일본투수들의 유인구에 당하면서 좋지 못한 성적에 그쳤다.

타자와 투수간의 대결의 성패란, 결국 누가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데에 달려있다라는 것은 모든 선수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이야기다.

 

좋은 투수가 되는 조건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것중, 스트라이크가 선행하는 피칭이란 것이 자주 거론된다.

스트라이크가 선행되는 피칭이 가능한 투수는 자신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로 타자를 몰아놓고 승부를 벌이는 것이 용이하다.

따라서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확률역시 높아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가? 그건 절대 아니다.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서 가장 편리한 공은 역시 포심패스트볼이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선행의 피칭을 하기위해 이 포심패스트볼만 주구장창 던져서는 곤란하다.

95마일을 웃도는 강속구를 계속해서 뿌려대는 투수라 하더라도, 포심에만 의존한다면 타자에게 얻어맞고 만다. 익숙해진 타자는 포심의 스피드와 궤도에 맞춰 스윙궤도와 타격타이밍을 맞춰 대항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야구가 발전하면 할수록 다양한 변화구가 개발되어 온 것이 아닌가?

 

스트라이크 선행을 위해서 투수는 스트라이크 존을 과감하게 공략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 그것에는 포심외에도 다양한 구질을 섞어 던지는 기술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포심외에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다른 구종으로 일반적으로 많이 애용되는 것은 역시 스피드계 변화구다.

커브나, 포크볼과 같은 오프 스피드계 변화구는 주로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을 잡아내는 결정구로 많이 사용되고 포심패스트볼과 함께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한 구종으로 크게 애용되었던 스피드계 변화구의 고전적인 변화구는 역시 슬라이더다.

포심을 보완하여 스트라이크를 잡는 제2의 구종으로 사용되거나 혹은 타자를 손쉽게 맞춰잡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특징은 이런 스피드계열의 구종을 다양하게 개발 발전시켜왔다라는 점이다.

투심패스트볼, 컷패스트볼, 스플리트 핑거 패스트볼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포심과 구속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도 궤도는 미묘하게 다른 구질들이다.

이런 구질들은 적은 투구수로 타자를 맞춰잡는데 사용되기도 하나,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한 공의 다양성을 가져다주는 구질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다.

 

로이 할러데이를 보자. 그는 사사구율이 극도로 낮은 투수로 유명한데,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할 수 있게끔하는,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공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심, 투심, 컷패스트볼등을 효과적으로 섞어던지며 스트라이크를 잡기위해 던지는 공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타자의 대응을 교란시킬 수 있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일본투수들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갔을 때, 사사구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아마, 마츠자카 다이스케와 같은 투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츠자카는 스트라이크 존을 손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새가슴 투수라는 비아냥을 메이저리그 팬들로부터 듣기도 하지만 우린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강속구투수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긴 하지만, 단순히 볼이 빨랐기에 일본에서 통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만일 그런 투수였다면 1군도 밟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을 것이다.

일본의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마츠자카는 거기에 걸맞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었다.

보다 세부적으로 말하자면, 직구이외에도 다른 구종으로도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제구력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뜻이다.

그의 대표적인 변화구라 한다면 역시 슬라이더다.

 

그런데, 일본의 공인구에 비해 더 잘 휘는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접하게 되는 일본투수들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뿐만이 아니라 타자가 미리 변화구임을 간파하고 흘려보내거나 배팅콘트롤을 구사해 공략해오기도 한다.

이로 인해 결정구의 위력이 감소됨에 앞서, 우선 스트라이크를 선행하는 피칭이 어려워진다.

빌 제임스는 말했다. 타자와 투수의 싸움이란 결국 볼카운트 싸움이라고...

볼카운트 싸움을 일본에서처럼 유리하게 할 수 없게 된 일본투수들이 받게 된 타격은 상상이상으로 큰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처럼 변화구가 잘 휘는 환경하에서는,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을 요긴하게 사용하여 포심을 보완하는, 스트라이크를 잡는 구종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 일본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의 데뷔시즌을 경험하고 나서,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쫓아 다양한 무빙패스트볼의 습득에 열을 올리는지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잘 던지지 않던 구종을 습득하여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만큼의 제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카와카미처럼 이미 일본에서부터 컷패스트볼이라는 메이저리그류의 변화구를 던지던 투수도, 공인구의 차이로 인해 혼선을 겪는다.

이쯤되면, 다른 투수들은 어떨까? 오카지마처럼 컷패스트볼을 단기간에 습득하여 실전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케이스도 있지만 결코 이것이 일반적인 사례로 보기는 힘들다.

오카지마는 마츠자카에게 다양한 패스트볼계열의 구종을 장착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오카지마는 메이저리그의 공인구에 대단히 잘 적응한 케이스인데, 알다시피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상대한 첫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그때 느꼈던 감상을 밝힌적이 있는데, 일본에서보다 공하나를 더 뺀다라는 기분으로 던졌더니 효과가 있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단순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리치가 길어서의 문제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공기의 저항을 더 많이 받는데, 투수가 던진 공은 완벽한 오버스로가 아닌 이상에야 회전축이 자신의 던지는 팔방향으로 기울어지기 때문에 역회전을 한다.

당연히 일본의 공인구보다 공기저항을 더 많이 받아 횡회전의 양이 증가하는 메이저리그의 공인구는 그 역회전의 양이 더 커진다.

일본의 공인구였다면 외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야 할 공이, 메이저리그 공인구로 던지면 역회전을 받아 홈플레이트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모든 투수들이 오카지마처럼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환경에 적응하기는 힘들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투수들이 모두 오카지마 같을 수는 없으며, 공인구의 차이는 일본인 투수들에게 타자와의 대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볼카운트 싸움을 하는데 불리하도록 만든다.

볼카운트 싸움이 불리해진다라는 것, 과연 이것이 어디 볼넷숫자의 증가만으로 국한되는 문제인가?

결코 아니다. 빌 제임스가 이야기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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