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두려워하는 일본.

일본축구계는 1980년대까지 가장 주안점을 주는 대회는 올림픽이었다.
멕시코 올림픽에서 거둔 동메달의 성과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월드컵보다도 올림픽에 더 촛점을 맞추어 대표팀을 운영해왔던 것이 일본축구협회였다.
하물며 아시안컵에 대한 일본축구협회가 두었던 비중은?  당연히 매우 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일본은 1992년 아시안컵을 자국에서 유치하게 된다.
개최국이니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기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결과로도 그대로 나타났다.
미우라 카즈요시를 간판으로 내세웠던 일본은, 그와 투톱을 이뤘던 장신 포워드 타카키의 결승골에 힘입어 사우디 아라비아를 1-0으로 꺽으며 대회 첫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일본은 2000년, 2004년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안컵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된다.
그런데, 일본이 우승한 대회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국과 대결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1992년,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정예대표팀을 파견하지 않았고, 결국 태국에게 덜미가 잡혀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그리고 2000년과 2004년은 한국이 약점을  보이는 중동팀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에게 각각 덜미를 잡혀 일본은 한국을 피할 수 있었다.

일본팀은 중동축구의 맹주로 오랫동안 불리워왔던 사우디 아라비아의 천적으로, 2000년 아시안컵 조별예선전에서 4-0의 압승을 거둔바 있고, 이번 대회에서도 5-0으로 사우디를 꺾었다.
일본팀의 중동축구에 대한 상성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한국이 중동축구에 대해 알레르기를 오랫동안 가져왔던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것이다.
한국축구는 이 헤묵은 중동축구에 대한 알레르기를 어느 정도 털어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란에 대한 공포감은 여전한 듯하다.
8강상대로 이란이 결정되자, 한국 축구팬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유독 눈에 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한국팀이 그렇게 껄끄러워하는 중동축구에 매우 강한 일본은, 한국팀을 매우 어려워 한다라는 것이다.
다른 팀을 상대로는 펄펄 날다가도 한국팀만 만나면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 일본대표팀이 오랫동안 반복해온 징크스였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징크스가 아니다.
이건 한국축구의 특성과 일본축구의 특성이 아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국팀은 예전부터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전투적인 축구를 해왔다. 반면 일본은 몸싸움을 피하며 패싱게임을 통해 경기를 운영하는 축구를 선호해왔다.
한국의 저돌적인 축구 스타일은 일본이  추구하는 축구의 컨셉을 파괴시키는데 대부분 성공했다.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의 진절머리날 정도의 보디 컨텍트에 감정콘트롤에 실패하면서 평소의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곤 했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몇해전만 해도 이렇게 한국축구와 일본축구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최근 들어 희미해져 가는 듯 여겨진다.
한국축구는 최근 몇년 사이 좀더 기술적인 축구로 발전해왔다. 최근의 한국의 젊은 선수들을 보면, 과거의 한국선수들과는 달리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일본의 경우에는, 몸싸움에 강하고 활동량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출현해 대표팀의 중축을 이루고 있다.
카가와 신지, 혼다 다이스케, 하세베 마코토등의 현재 일본대표팀 미드필드를 책임지고 있는 선수들은 과거의 일본 미드필더들과는 다르다.
거칠게 전개되는 몸싸움에 적응력을 가지고 있고, 활동량 또한 매우 많다.

난 솔직히 지금 시점에서는 일본축구와 한국축구의 스타일을 구별해서 말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축구는 그동안 결여되어 있던 부분을 한국축구를 통해서 배웠던 것이고, 한국 또한 그러했던 것이 아닌가?

난 그동안 일본이 한국을 만다면 늘 부담스러워 했던 활동량이나 보디 컨택트면에서 일본이 과거처럼 열세에 놓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이 늘 우세라고 생각했던 미드필드에서의 공격구성력에서 이제 한국이 일본보다 열세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어졌다.

결국  남겨진 승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감이다.
이제 일본축구와 한국축구를 가르는 크게 대비되는 명확한 스타일의 차이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 이 자신감, 승리를 확신하는 기백에서 한국은 일본을 능가한다.
과거전적으로 인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겨져 있기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이번 대회 우승을 꿈꾼다.
그런데 이 동상이몽의 결과는 전적으로 한국팀에게 달려있다.
한국팀이 어떻게 이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은 단언컨대, 90분내에 한국을 이기기는 힘들다.
반면 한국은 이란에 대한 공포증을 쉽게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한국이란 암초를 만나지  않은 대회에서는 매우 확률높게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미디어의 보도를 보면, 일본이 준결승 상대로 한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선수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은 바로 한국을 피하는냐 아니면 피할 수 없는냐의 문제이기 떄문이다.



덧글

  • 지녀 2011/01/20 08:34 # 답글

    그리고 가슴과 머리 깊숙히 박혀있는 일본한테는 절대로 지면 안됀다.라는 인식또한 일본전의 우세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 다르다 2011/01/21 06:41 # 삭제 답글

    일본은 선수비후 카운터를 노리는 스타일이지만 한국은 공격적인 성향을 들어낸다.
    우리는 스페인의 빠른 원터치 패스를 지향하는 것이지 일본의 템포 패스와 다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아시안게임에서는 그 스타일이 차이가 극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강팀을 맞났을때
    일본은 수비와 미들에 중심이 가는거 다 아는 사실인데 야구도 그러더니 이젠 축구도 혼자 영화찍냐!!!!
  • wizard 2011/01/21 21:37 #

    한국팀이 공격적인 성향을 나타내서 아르헨티나전에 보여준 초극단적 수비전형을 구축했습니까? 효율적이지도 않았지만, 한국팀은 수비가 좋습니다. 그러나 그건 일집수비를 펼쳐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강력한 압박을 전개하는 도전적인 축구를 했기에 강팀을 상대로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죠.
    공격면에서는 사실 조광래감독이 대표팀을 맡은 이후에야 패싱게임이 강조되었지, 그 이전엔 그랬습니까?
    일본은 소위 포제션 사커라고 해서 볼 점유율 축구를 구사했죠. 님이 말하는 스페인축구 스타일을 한국은 최근에야 도입했지만 일본은 그걸 지금까지 주구장창 신봉하다가 오카다 감독체제에서 버린 겁니다.
    볼 점유율에 얽매이지 않고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 이것은 강팀을 상대로 섬세한 패싱게임을 하다가 볼을 빼앗겨 역습을 초래하느니, 공격은 간결하게하면서 체력은 수비블록의 형태를 콤팩트하게 유지하는데 사용하겠다라는 컨셉이었죠. 당연히 압박이 동반된 형태로요. 자리만 지키는 지역방어가 아니라..

  • wizard 2011/01/21 21:40 # 답글

    한국이 그동안 아시아팀중에서 가장 강호들을 상대로 성적이 좋았던 것은 이런 실리축구를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볼 점유율을 높히는 패생게임으로 발전하겠다라는 것이 현재의 한국대표팀이구요.

    세계대회라면, 향후 한국과 일본의 스타일이 또 어떻게 달라질진 모르겠습니다. 일단 한국은 패싱게임의 신봉자인 조광래가 감독이 되었으니 자신의 축구스타일을 그대로 강팀을 상대로도 구사하겠죠.
    반면 일본은 이미 한국이 해왔던 실리축구를 오카다 감독체제에서 시험해본 후 재미를 보았으므로 그 컨셉을 반복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아시아무대에서는 포제션사커, 스페인식의 패싱게임을
  • wizard 2011/01/21 21:43 # 답글

    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겁니다. 당연하죠.과연 어느 아시아팀이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맞불을 높을 팀이 얼마나 될까요?
    상대팀은 수비를 굳건히 하다 카운터를 노리고 이런 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볼점유유을 가져가면서도 밀집수비에 고전하는 그런 경기양상이 대부분일걸요?

    일본의 조별예선 경기를 보십시요. 시리아, 요르단 모두 극단적으로 수비를 내려 밀집수비를 펼치며 역습을 노리는 축구를 했습니다. 오카다의 전술컨셉은 써먹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랍니다.
    포제션 사커밖에 답이 없죠. 그리고 그 포제션사커는 사실 일본이 써왔던 경기방식으로 실리를 챙기지 못ㅎ못한다라고 비판받아온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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