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프 리를 통해본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의 조건.

투수의 구속은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160km대의 빠른 공을 뿌린다고 해서, 타자의 뱃이 공의 스피드를 아예 따라가지 못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160km 구속의 볼이 베이스에 도달하는 시간은 대략 0.38초인데, 남성의 경우에는 비숙련자라 하더라도 전신반응 시간이 0.365초라고 한다. 일류선수의 경우는 0.324초에 불과하다.
이론적으로 타이밍상 타자는 아무리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라 하더라도 늦을 염려는 없다.

빠른 공의 결정적인 잇점이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투수의 볼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라는 것이다.
투수가 던진 공이 베이스를 통과할 때를 기다려 타자가 뱃을 휘두를 수는 없다. 숙명적으로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이 실제 어느 지점을 통과할지에 대해서 끝까지 기다려 파악한 후 타격을 할 수 없고, , 공의 도중 궤도를 관찰하고 예상 로케이션을 예측하여 타격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예측을 정확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투수의 볼을 오래 관찰할 수록 유리한데, 빠른 구속의 공은 상대적으로 그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적으므로 공의 로케이션에 대한 예측이 부정확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빠른 공의 잇점이란 타자의 뱃이 투수의 공을 따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기 보단, 타자가 공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줄임음으로써 타자의 선구안을 교란시키는 것에 있다.
타자의 뱃이 늦도록 만드는 것은 물론 빠른 공을 가진 투수가 유리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빠른 직구 하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속의 변화구를 함께 섞어 던졋을 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투수가 직구하나만 던진다라는 것을 안다면 그 어떤 타자도 직구에 타이밍이 밀릴 일이 전혀없다.

타자가 치기 힘든 공을 던지는 투수란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앞서 말한대로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할때까지 기다렸다가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타자는 도중 공의 궤도를 보고 로케이션을 예측하여 타격을 한다.
따라서 타자가 정말 공략하기 힘든 투수는 도중 궤도를 통해 예측한 로케이션과 실제 로케이션에 차이가 큰 공을 던지는 유형이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투수의 공의 무브먼트다.
홈플레이트 부근에 와서 공의 궤도가 타자가 판단했던 공의 궤도와 달라지는 그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절대로 타자에게 쉽게 공략당하지 않는다.

무브먼트가 훌륭한 볼, 그리고 구속이 훌륭한 볼, 모두 한가지 면에서 방법론은 틀리지만 타자를 어렵게 한다.
구속이 훌륭한 볼은, 타자가 공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로케이션에 대한 예측을 부정확하게 하는 것이고, 무브먼트가 훌륭한 볼은, 홈플레이트 가까이에 와서 도중의 궤도와 다른 궤도를 보임으로써 타자의 에측을 빗나가게 만드나, 최종로케이션에 대한 타자의 예측을 부정확하게 만든다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런데, 타자의 경우는 설사 구속이 느리더라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다양하게 궤도의 변화를 줄 수 있는 투수보다는 직구의 구속은 매우 빠르지만 그 직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투수에게 보다 잘 적응한다.
대전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타자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도중 궤도를 관찰하여 예측하는 로케이션과 실제 공이 홀플레이트를 통과할때의 로케이션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게 되기때문이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선발투수중 한명인 클리프 리를 보자.
이 투수는 매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91마일을 약간 넘는 정도의 평속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공이 느린 투수 역시 아니다.  어느 정도 타자가 자신의 공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억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불규칙한 궤도를 그리는 무빙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볼의 무브먼트를 통해 타자의 로케이션 예측을 교란하고 있는 것이다.
공의 스피드, 그리고 무브먼트 이 두가지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타자의 최종로케이션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를 떨어트리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 클리프 리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의 선발투수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클리프 리는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릴리프 투수와는 다르게, 선발투수는 오랜 이닝을 소화해야 하므로, 타자가 투수의 공의 궤도에 익숙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공의 무브먼트의 다양성이 릴리프 투수보다는 훨씬 요구되는 것이 선발투수다.
클리프 리는 이 점에서 선발투수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구속면에서도 압도적이지는 않으나 부족하지 않은 구속을 가졌다.

난 투수가 설사 느린 구속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양한 무브먼트와 그것을 뒷밤침할 수 있는 콘트롤을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고 레벨에 오르기위해서는 구속의 뒷밤침도 있어야 한다.
구속이 너무 느리다면 타자는 투수의 볼을 오래 더 관찰할 수 있다. 만일 공이 똑같은 지점에서 변화한다고 하면, 공이 빠른 투수의 경우,  타자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스윙미스를 저지를 볼을, 공이 느린 투수의 경우는 타자가 좀더 길게 관찰함으로써 속지 않고 간파하게 될 수 있다.

클리프 리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가 될 수 있는데에는 가장 큰 요인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이 공의 무브먼트와 콘트롤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구속(91마일이상)이 나와주기 떄문에 그런 요소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렇다.



덧글

  • 한빈翰彬 2011/01/25 13:58 # 답글

    적당한 구속+훌륭한 무브먼트인가요? 그런데 이 무브먼트가 흔히 말하는 '더럽다'라는 것도 포함한 개념인가요? 매덕스의 투심 같은?
  • wizard 2011/01/26 16:27 #

    물론입니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변화량은 크지 않지만 미묘하게 변하는 투심패스트볼과 같은 것이 타자에겐 대단히 까다롭죠. 일본리그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가서 가장 애를 먹는 것이 이런 지저분한 무빙패스트볼입니다.
  • Dread-King 2011/01/25 16:25 # 답글

    밋밋한 솜털같은 직구와 묵직한 무브먼트의 직구는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예전 오승환 WBC에서 던졌을때 구속이 그렇게 빠르진 않았지만 무브먼트가 너무 좋아서 타자들이 못 치더군요. 괴물타자들이였는데..
  • wizard 2011/01/26 16:30 #

    구속이 느린 투수라 하더라도 포심의 버티컬 무브먼트가 훌륭하면 많은 삼진을 잡을 수 있습니다. 버티컬 무브먼트가 좋은 공은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공으로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빠르게 느껴지며, 포심의 버티컬 무브먼트가 좋으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종 변화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 fghdfnbcgf 2011/05/10 10:50 # 삭제 답글

    DFSDWFDWSFDSS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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