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심패스트볼의 마술사였던 노모 히데오를 추억하며..

야구경기를 시청하게 되면, 투수의 콘트롤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때 해설자는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어깨가 지나치게 빨리 열리는군요.
이는 타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타격부조에 시달리는 타자들의 경우도 어깨가 일찍 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 왜 이렇게 어깨가 일찍 열리는 것이 투수에게나 타자에게나 좋지 않은 것일까?
이는 공의 회전과 관련이 있다.

먼저 투수의 경우를 보자.
투수는 본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려고 했는데, 평소보다 어깨가 일찍 열리게 되면 볼에는 투수가 의도하지 않았던 내츄럴 슈트회전이 공에 걸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포심패스트볼로서는 백스핀 성분이 약하고, 또 슈트로서는 역회전 성분이 약한 그야말로 어정쩡한 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특히 외곽을 겨냥해서 던진 패스트볼일 경우, 공에 걸린 슈트회전때문에 공은, 타자가 치기 쉬운 가운데 코스로 들어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공은 말 그대로 타자의 먹이감에 불과하다.

그럼 타자의 경우는 왜 어깨가 일찍 열리는 것이 좋지 않은 것일까?
어깨가 일찍 열리기 되면 뱃은 공을 직격하는 것이 아니라, 비껴 맞으면서 공에 슬라이드를 걸게 된다.
슬라이드가 걸린 타구는 어떻게 될까? 공은 공기 저항을 많이 받게 되고 또 휘어나가게 되면서 타구가 앞으로 뻗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의 경우에는 이렇게 어깨가 일찍 열리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품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종종 있다.
가장 대표적인 투수가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아니었을까?
이 투수는 고의로 어깨를 일찍엶으로써 공에 자연스럽게 내츄럴 슈트회전을 걸었고, 이 공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무빙패스트볼로 평가받았다.

원래 어깨가 일찍 열렸을 때 던져지는 포심패스트볼은, 일반적으로 포심과 슈트사이의 어정쩡한 공으로 타자가 공략하기 쉬운 공이 되어버리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의도적으로 어깨를 일찍 엶으로써 슈트성의 위력적인 무빙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었다.
정말 그만이 할 수 있는 투구기술일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공식구의 잇점을 입었다라는 것은 결코 부인하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공식구는 구 일본의 공식구보다 횡으로 휘기 쉽다라는 특징이 있고, 페드로는 이 잇점을 잘 살린 투구술을 몸에 익힌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일본리그의 정통파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애를 먹는 것이 무엇일까?
콘트롤이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포심패스트볼에 대한 커맨드가 일본시절만큼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일단 공식구의 차이에서 오는 위화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공식구의 재질, 공식구의 크기의 차이를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메이저리그의 공식구는 구 일본의 공식구보다 휘기가  쉽다.
이건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때 컨트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바로 의도하지 않은 슈트회전이 포심패스트볼에 걸리는 빈도가 늘어나게끔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이승엽을 얼어붙게 만들었던 일본투수들의  타자 몸쪽 높은 곳에 붙히는 낚시성 포심패스트볼을 생각해보자. 일본투수들은 이렇게 몸쪽 높은 쪽에 포심패스트볼을 붙여놓고 바깥쪽 변화구로 승부하는 볼배합을 즐겨하는데, 이승엽에게는 지옥과 같은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 몸쪽 높은 쪽의 포심패스트볼에 의도하지 않은 슈트회전이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백스핀 성분은 줄어드니까 공의 버티컬 무브먼트는 낮아질거고 대신 슈트회전이 걸리니까 공은 가운데로 몰릴 것이다. 타자입장에서는 한가운데 위력없이 들어오는 슈트도 아니요, 그렇다고 포심도 아닌 어정쩡한 실투를 칠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일본 투수들이 사이드회전이 걸리기 쉬운 메이저리그 공식구로 던지게 될때 당혹스러워 하게 되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슈트회전을 통해 일본시절처럼 질 높은 커맨드를 할 수 없다라는 점인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일본선수들에 주목하게 된 것은, 노모 히데오의 대성공이후였다.
그러나 일본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통틀어 볼때, 노모 이후 그만큼의 성공을 거두었던 일본리그의 정상급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노모 히데오의 위대함이 더욱더 새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 노모 히데오는 포심패스트볼에, 의도하지 않은 사이드스핀이 걸리는 것을 최대한 억제하고, 순수한 백스핀을 걸어줄 수 있는 천재적인 포심 패스트볼에 대한 커맨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드스핀이 걸리기 쉬어 의도했던 순수한 백스핀의 포심패스트볼을 던지기 어려운 메이저리그의 공식구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또, 이렇게 포심패스트볼에 순수한 백스핀을 걸어줄 수 있는 커맨드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전매특허였던 포크볼의 위력이 배가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타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떨어지지 않으며 백스핀의 영향에 의해 떠오르는 노모 히데오의 포심이후, 백스핀이 매우 적게 걸려 중력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낙하하는 그의 포크볼이 들어오니, 타자가  쉽게 칠 수 있었겠는가?

그동안 노모 히데오 이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리그의 정통파 투수들이 많았으나, 그만큼 성공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은, 순수한 백스핀을 걸어주는데 있어서 구 일본의 공식구보다 난이도가 높은 메이저리그의 공식구에 당혹했기때문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이들 투수들은, 사실 포심패스트볼의 백스핀 커맨드가 상대적으로 쉬운 구 일본 공식구의 혜택을 받았다라는 것과 같다.

카와카미, 이가와, 마츠자카.. 이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측정된 포심패스트볼의 버티컬 무브먼트는 노모 히데오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이런 이들이 노모 히데오처럼 일본시절과 같이 포심패스트볼로 승부하려고 했으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의도하지 않았던 사이드스핀이 걸린 포심패스트볼을 남발하며 전전긍긍했던 것이 이들이다.

한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노모 히데오 이후, 가장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일본인 선발투수로 누구를 꼽을 수 있는지를..
난 개인적으로 쿠로다 히데키를 꼽는다.
그런데 이 쿠로다의 성공의 배경에는 노모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가  있다.

다음 글은 이것에 관한 내용이다.













덧글

  • wizard 2011/04/28 22:08 # 답글

    제가 예전에 어설픈 지식으로 노모 히데오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야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노모 히데오 팬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 근데 2011/04/30 00:43 # 삭제 답글

    스탯자체가 노모는 메이저진출전에 일본역대급을 쌓아나가고있었어요 일본마지막해만 부상으로 좀 결장했지 데뷔후4년간 이닝240이닝과 완투를 한시즌에 20개씩하는등 그야말로 엽기적인성적을 쌓아나가고있었죠. 이가와나 가와카미의 일본성적은 노모에아예비교도 안되고 마쓰자카도 솔직히 노모만큼의성적은 아니라고보네요. 마쓰자카도 이닝이터였지만 노모에비하면 이닝이터면에서 확실하게 딸리거든요.

    공인구의적응력을 따지기전에 노모는 급이다른투수였음을 기억해야한다고보네요.
  • wizard 2011/05/08 15:32 # 삭제

    과연 노모가 역대최강급의 스탯을 쌓았었나요? 사실 whip이나 방어율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전 일본에서의 마지막 시즌의 whip은 무려 1.6이었습니다. 방어율도 결코 리그를 초월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두시즌의 방어율은 모두 3점대 후반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상당히 많은 이닝을 던졌고, 그렇기에 삼진수에게 경이적인 수치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일본에서의 임펙트한 모습이었죠. 님이 그의 이닝소화능력을 이야기한 것도 아마 이때문일텐데..
    그런데 그 이닝소화능력이라는 것도 그가 특별히 투구수를 아껴서 던질줄 아는 능력이 있었기때문이었다고는 볼 수 없고 무리를 해가면서 던진 측면이 큽니다. 이후 그보다 보다 보호받았던 투수들이 그 이닝소화수 때문에 평가절하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토록 일본에서 무리했던 노모가 메이저리그에서 그토록 실적을 남겼다라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객관적으로 전성기는 이미 일본에서 끝났었다고 저는 봅니다만..
  • 방어율과윕 2011/05/10 11:02 # 삭제

    은 이닝에따라서다르죠. 그는 매년240이닝을먹어치우고있었어요. 이닝/완투/탈삼진에있어서 그는 가히전설적인페이스였죠. 윕은 좀나쁘다치더라도 방어율은 그럼에도 준수했구요.그리고 마지막시즌은 수술여파로 좀부진했다느건 제가언급했죠.
    그리고 그의전성기가일본에서끝났다는 근거가 무엇인지궁금하군요. 특별히 메이저에와서 몸이아팠다거나 구속이줄거나한것도아닌데.
    원래 노모역시 사회인야구시절부터 일본최고투수재목으로주목받았고 무려6개팀이1위지명했을정도였죠.
  • 방어율과윕 2011/05/10 11:07 # 삭제

    그의마지막 두시즌이 그의본실력이었다는생각은 안드는군요. 류현진이 08,09년 혹사여파로잠시방어율이상승했지만 작년부터 다시페이스를찾았듯 그런연유로와야정당하다고보는데요. 더구나 마지막시즌은 부상시즌이었고.
  • ㅁㄴㅇㄹ 2011/05/06 14:59 # 삭제 답글

    일본투수들의 실패요인은 공인구의 적응력 이런걸 떠나서 그냥 실력이 안되는게 더 큽니다. 노모의 성공요인은 일단 노모는 일본 최고의 투수였고(특히 미친 듯이 완투를 하는 이닝이터였죠)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생소한 포크볼을 던졌다는 점(더군다나 극단적인 오버핸드로 말이죠) 사람들은 흔히 스플리터와 포크볼을 비슷한 구종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자입장에선 차이가 많다고 합니다. 스플리터는 패스트볼 계열로써 싱커와 비슷하고, 포크볼 같은경우는 체인지업 계열로 체인지업(특히 벌칸 체인지업)하고 굉장히 비슷하다고 하네요.
  • wizard 2011/05/08 15:22 # 삭제 답글

    왜 실력때문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문제인 것이죠. 선수별로 메이저리그 에서의 성적하락도도 차이가 많이 나구요.
    노모가 훌륭한 투수이긴 했지만 그럼 다른 기대이하의 성적을 거둔 일본인 투수들은 그럼 좋은 투수가 아니었나요? 또 노모가 이닝이터였던 것을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무리를 했기때문에 오히려 더 메이저에서 성적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 솔까 2011/05/10 11:14 # 삭제 답글

    마쓰자카뺴고 일본에서간투수중에 노모만한선수가어디있나요??
    그리고 야구란게 하위리그에서의스탯순위가 꼭 상위리그에서 100프로통하는것도아닙니다.
    어떤선수가 어떤선수보다하위리그에서 스탯상좀뒤졌어도 상위리그가면 전자선수가 스타일상 오히려 성적하락폭이 더적을수도있는겁니다.
    노모의 포크볼위주,투구폼,강한이닝이터능력등은 상위리그에서 여느선수들보다 크게성공할수있는 요소이기도했죠.
    예를들어 설명드리면 김시진과 재일동포투수김일융이 80년대중반에서 삼성에서 스탯은 거의흡사하게찎었어요. 근데 김일융은 80년대후반 일본으로복귀해서 10승투수가됬지요. 허나 김시진이 일본에 진출한건아니지만 그가 일본에서 10승을할수있었을거라곳 생각하는사람은 아무도없습니다.

    둘이 하위리그에써뛰면 비슷할수있어도 상위리그인일본에서뛰면 엄청난차이였던거죠.

    이런것도있습니다. 마이너에서 성적이비슷했는데 어떤선수는 메이저올리면 성적하락폭이무지큰반면(기회를많이줘도)어떤선수는 성적하락폭이크지않는경우있고 이선수가 성공하는겁니다. 이런경우는 부지기수에요.
    마이너리그에서 3할후반치는타격왕이있는데 아무도 이선수가 정확도가 이치로급이라고생각안해요 그렇다고 이치로를 이선수가뛰는 마이너에서갔다논다고 이치로가 4할친다고 장담할수있나요?? 허나 상위리그인 메이저가면 이치로와 이선수의 정확도는 안드로메다에요. 이런게 야굽니다.

    축구에서 이청용이 케이리그스탯보다 더좋은 스탯을 이피엘첫해에 찍었따고 다른케이리그선수들이 다그럴수있는게아닙니다.
  • wizard 2011/05/11 01:29 #

    제가 블로그를 통해서 늘 하는 이야기가, 일본리그와 메이저리그간에는 차이점이 많아서 경기력에 미치는 변수가 많다라는 것이었죠. 공인구이야기도 이런 맥락이었고, 메이저리그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투수는, 일본시절 성적에서 뒤진다하더라도, 적응에 애를 먹는 투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그 성적의 갭이 줄어들 수 있다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일본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와서 성적이 하락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라고 하던데요?
    님이 말을 안해도 잘 압니다.
    단, 제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은 노모가 일본시절 성적에서 다른 투수와 격이 다르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은 틀렸다라는 겁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시절 그의 방어율과 whip을 제시한 것이구요.
    또 자나치게 그가 일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점을 들이미는데, 이건 그만큼 노모가 일본에서 혹사당했다라는 사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혹사당한 것도 능력이 됩니까?
    이 혹사가 일본시절의 성적에 대한 쉴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이닝소화능력을 특별히 여기는 것은 투구수제한이 있기때문입니다. 제한된 투구수속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은 그만큼 적은 투구수로 아웃카운트를 벌어들이는 능력을 말해주니까요.

    노모는 혹사로 인해 일본에서 내리막길을 걷던 와중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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