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이상의 참패를 당한 일본. 오카나치오가 정답인가

올시즌 축구계의 키워드는 포제션사커의 종말이라는 단어였다라는 생각이든다.

포제션사커의 원조격인 바르셀로나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압살당한데 이어 아틀레티코에게 막혀 또다시 4강에서 고매를 마셔야했고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이래 포제션사커의 색채를 강화시킨 바이에른 뮌헨이 견수속공으로 대항해온 레알마드리드에게 비참한 대패를 당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스페인 대표팀이 전무후무한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하는데 기반이 되었던 포제션사커의 몰락을 크게 상징한 사건은 역시 이번 월드컵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였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인 4-3-3을 버리고 5-3-2 시스템의 견수속공 스타일로 스페인을 5-1로 침몰시켰다.

그럼 도대체 왜 포제션사커는 견수속공 전력에 번번히 당하며 이전에 보여주었던 전술의 우위성을 상실하게 된 것일까?

이것을 알기위해서는 먼저 포제션사커가 전술적 장점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 전술적 장점이 무력화되기 시작한 것이 포제션사커의 위력이 반감된 원인일테니까 말이다.

포제션사커가 노리는 일차적인 목표는 될 수 있는대로 상대진영에서 오랫동안 볼을 키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에게 공격당할 염려가 없어지므로 자연스럽게 실점을 최소한도로 억제할 수 있다.

이렇게 볼을 상대진영에서 오랫동안 볼을 키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바로 숏패스에 의한 볼의 회전이다.

명쾌하고 간단한 진리이겠지만 원투터치의 숏패스가 계속되게 되면 볼은 사람보다 빠르므로 볼을 잃어버리지 않고 볼의 소유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이렇게 패스를 회전해 가다보면 반드시 위험지역에서 스페이스를 만들어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논리 역시 사람은 볼보다 빠를 수 없다라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상대가 볼을 빼앗기 위해 프레싱을 걸어오더라도 그것을 원투터치의 빠른 패스회전으로 탈압박해가게 되면 다른 곳에는 반드시 빈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포제션사커가 성공적으로 그 전술적 효용성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원투터치의 숏패스를 계속해서 회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해야 탈압박을 통해 득점할 수 있는 스페이스의 창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패스게임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패싱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볼을 받음과 동시에 간결하게 패스를 연결해나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볼을 가진 선수 주변에 볼을 받아줄 동료들이 서포트를 해주며 다양한 숏패스경로를 열어줘야 한다. 이를 포제션 플레이라고 하는데 포제션 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귀결되는 것이 선수들의 프리런닝이다. 정적인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플레이를 예측해가면서 끊임없이 움직여 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연히 막대한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따라서 스태미너의 안배를 위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하이프레스다.

볼을 빼앗기게 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강하게 프레싱을 걸어 상대팀의 볼소유를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만일 이 하이프레스가 제대로 기능하게 되지 않으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까?

수비라인이 후퇴함과 동시에 1선과 2선의 선수들은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많은 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공격을 재개하게 될 때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거리를 이동하여 상대진영까지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자연히 막대한 스태미너가 수비를 위해서 쓰여지게 된다. 선수의 체력은 소모품과 같은 것이므로 수비에서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만큼 공격시에는 움직임이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움직임이 둔화되면 포제션 플레이의 질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패스경로를 확보할 수 없게 되므로 빠른 패싱플레이가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프레싱이 기능하게 되고 카운터를 허용하게 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포제션 사커에 있어서 볼을 빼앗긴 그 순간부터 강한 프레싱을 걸어 상대의 볼소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이것이 흔들린다면 앞서말한 악순환에 의해 포제션사커는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포제션사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하이프레스를 벗겨내는 것이 키포인트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취해지는 방법론이 보란치를 최종수비라인까지 깊숙이 내려서 공격의 빌드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의 하이프레스를 일단 벗겨낸 후에는 양사이드를 통한 역습으로 일거에 상대팀의 수비라인을 뒤쪽으로 후퇴시킨다.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게 되면 포제션 사커를 구사하는 팀은 공수전환시에 막대한 스태미너의 소모를 강제당하게 되므로 포제션플레이의 질이 떨어지고 자연히 패스회전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오늘 있었던 코트디브와르와 일본과의 경기는 포제션사커를 추구하는 팀이 이에 대항하는 팀에게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당한 아주 극단적인 경기였다.

1-2의 스코어는 일본에게 정말 행운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코트디브와르가 일본을 압도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코트디브와르 진영에서 볼이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볼점유율에서는 코트디브와르가 압도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코트디브와르는 보란치 두명에 야야투레까지 내려 최종수비라인부터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나가면서 일본의 하이프레스를 벗겨내었다.

이날 코트디브와르는 무려 89%의 패스성공율을 기록했는데 자신의 진영에서 프레싱에 굴하지 않고 쉽게 볼소유권을 넘겨주지 않기위해 침착하게 패싱을 연결해간 결과였다.

그리고는 사이드에서는 윙백마저도 윙어처럼 활용하며 역습을 펼쳤다. 그 결과 일본 선수들은 공수전환시에 막대한 스태미너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스태미너가 소모되자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화되었고 패싱의 질마저 크게 떨어졌고 일본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축구를 해보지도 못하고 시종 끌려다니다가 무너진 꼴이다.

오늘의 패전은 일본축구계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충격이다.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볼과 사람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경기를 지배하는 공격축구.. 이것이 오랫동안 일본이 이상으로 해오던 축구였다.

그러나 이 이상을 현실화하는 것은 결국 지금에 이르러서도 실패로 끝날 듯이 보인다.

전임 오카다 감독도 이상으로 하던 축구는 지금과 같은 형태였다.

하지만 평가전에서 잇달아 패하자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수비블록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수비조직력을 무기로 하는 지지 않는 축구로 전환하여 9위의 성적을 거두는 깜짝반전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신들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카다의 수비적 축구는 임시방편의 일시적 전술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월드컵에 임한 일본대표팀은 전임 오카다감독의 팀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평가전에서 잇달아 화끈한 득점력을 선보이며 무패가도를 달렸다. 수비에서의 불안이 눈에 띄었지만 자케로니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이상 1골은 허용범위라며 그 이상의 골을 넣는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점이 많다라는 사실자체가 포제션사커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포제션 사커를 완벽하게 구사한 스페인은 역대우승국중 최소득점이었지만 실점은 단 두점이었다. 포제션사커는 또하나의 카데나치오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음으로써 아예 실점의 싹을 자르는 것이 포제션사커다.

일본은 코트디브와르전에서 기대했던 카가와와 오카자키의 공격면에서의 기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들은 시종 수비하기에 바빴고 활발한 활동량과 스페이스를 찾아들어가며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이들의 장점인 프리런닝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

공수전환시 막대한 스태미너를 소모한 탓에 공격시에 자신들의 장점을 발휘할만한 스태미너가 남아있지 않았다.

일본 역시 포제션사커가 기능하지 못할 경우의 악순환을 그대로 답습했다.

하이프레스의 실패-공수전환시의 막대한 스태미너 소비-체력저하로 인한 포제션 플레이의 실종-패스의 질의 저하 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그대로 밟은 것이다.

이번 대회의 각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하이프레스에 대한 대책법이 잘 마련되어 있다. 공격 빌드업 시에 많은 선수들이 최종수비라인까지 내려와 안정된 볼소유를 일단 확보한 후 측면을 활용한 카운터로 하이프레스를 걸어오는 팀의 스태미너를 소모시키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더욱이 브라질의 고온다습한 기후도 이러한 전략이 잘 먹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전술의 형태는 더이상 라인을 높게 끌어올려 하이프레스를 거는 포제션사커가 될 수 없다. 그것 보다는 단단하게 수비블럭을 구축한 후 그것을 유지하는 수비조직력에서 누가 우위에 있는가 그리고 공격 전환시에 누가 더 빠르게 속공을 펼칠 수 있는가란 점이 우열을 가리는 테마가 될 듯하다.


덧글

  • 위견 2016/03/20 06:13 # 삭제 답글

    결국 이번대회에서 느낀건 사이드에서도 장신선수가 필요하다. 어차피 드리블 돌파가 인먹히는데 볼소유라도 할줄아는. 그리고 키가 작은 윙백은 공격력이 좋으나 백업이 약하다. 브라질의 마르셀루 일본의 나가토모가 보여줌. 홍명보도 그걸알고 박즈호를 버리고 윤석영을 택함. 다리가 짧다는건 남을 한걸음 뛸때 두갈음 뛴다는것. 경기당 텀이 긴 리그전과 월드컵대회는 선수선발이 반대로 되어야 한다는점
  • wizard 2016/04/17 22:40 #

    신체조건이 좋은 북유럽국가들이 이와 같은 전술을 실제로 많이 씁니다. 사이드에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를 배치하고 이쪽으로 롱볼을 때려 볼을 키프하게 한후 뒷선에서 선수들이 돌진해오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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