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를 죽인 루이스 반할

필자가 좋아하는 아시아 선수 박지성과 카가와 신지가 뛰었던 맨유는 지금도 관심과 애정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팀이다.
이런 맨유의 현멤버를 구성하고 있는 선수들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는 아마 웨인 루니일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 입단하면서 맨유와 프리미어리그의 인지도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높아져가던 그 시점부터 루니는 맨유의 얼굴과 같은 존재였고 반할 감독이 취임하면서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와중에서도 여전히 팀을 지키고 있는 몇안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웨인 루니가 이번 시즌들어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리그가 이 정도 진행되었는데 고작 올린 득점이 두골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럼 웨인 루니는 올시즌 들어 돌연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어 기량이 쇠퇴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렇게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축구에서는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량과는 상관없이 팀과의 궁합여부에 따라 자신의 포텐셜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웨인 루니의 경우도 이런 맥락에서 그 부진의 원인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 같다.

웨인루니는 이전부터 소위 박스 투 박스형 스트라이커로서 유명했다.
수세시에는 자신의 진영 페널티박스까지 내려왔다가 공격시에는 상대방 진영 페널티박스까지 진출하는 플레이 스타일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런 루니의 플레이 스타일은 공격수이면서도 수비에 열심인 그의 팀에 대한 헌신성을 말해주는 것으로 큰 칭찬의 대상이었다.
루니의 이런 플레이가 가능했던 것은 왕성한 스태미너의 덕택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발군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었기때문이었다.

잘 부각이 되어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웨인 루니는 세계최상급의 스피드스타중 한명이다. 루니는 이런 발군의 스피드를 이용하여 뒤에 쳐져있다가도 순식간에 상대방의 위험지역까지 진출하는 신출귀몰함을 그 특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처럼 많은 거리를 뛰어 상대방진영까지 도달하는 것이 루니의 장점인 톱스피드를 십분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라는 생각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톱스피드까지 도달하는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바로 스타트를 끊자마자 톱스티드에 도달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라면서 서서히 스피드를 올려 톱스피드에 도달하는 것이다.
톱스피드가 매우 빠른 것이 장점인 웨인 루니이고 보면 그 스피드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의 전매특허인 박스 투 박스형의 스트라이커로서의 플레이 스타일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방법론이 되는 셈이다. 오히려 헌신적인 수비가담이 덤이다.

이처럼 상당한 거리를 질주하면서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톱스피드에 도달하는 웨인 루니의 장점은 리토리토전술(낮은 위치에서 볼을 빼앗아 역습하는 전술)에 매우 적합하다.
이전 퍼거슨감독이 맨유를 지배하던 시절, 호나우도와 루니의 콤비가 펼치는 속공은 정말 압권이었다.

이시절 맨유가 수없이 연출했던 특징적인 득점신을 떠올려보면 이런 것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자신의 진영에에서 커트했다고 치자. 볼을 받은 고속드리블러인 호나우도가 드리블로 돌진한다. 이에 루니가 엄청난 스피드로 따른다. 상대팀의 선수들은 그 스피드에 완전히 압도되어 따라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방 위험지역에 도달하여 골이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가 너무나도 유명해지면서 맨유의 스타일은 낡은 시대의 축구로 폄하받는 분위기가 강했고 퍼거슨감독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번번히 좌절을 맞보기도 했지만 솔직히 필자는 그 시절의 맨유의 퍼거슨, 아니 퍼거슨의 맨유가 보여주었던 그 전광석화와도 같은 스피디한 카운터가 좋았다.

지금 맨유를 보면 확실히 과거 퍼거슨감독 시절의 맨유보다는 웬지 세련되어 보인다. 맨유는 일단 패스를 매우 무지하게 잘 돌릴 수 있는 팀이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화룡점정인 골은 잘 찍지 못한다. 그저 패스를 돌릴 뿐이다.
이렇게 능숙해진 맨유의 패스회전은 안정된 수비를 불러왔다. 상대방에게 볼을 빼앗기지 않으면 실점도 있을 수 없는 축구의 특성상 포제션사커란 개념은 수비적인 의미도 함축한다.
지금 맨유는 포제션사커를 통해 건실한 수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뿐이다. 좀처럼 골은 넣을 수 없는 수비적 포제션사커가 되어버렸다.

훌륭하게 패스를 잘 돌리기만 할뿐인 팀이 되어버린 맨유... 과연 이런 맨유에서 궁극의 스피드 스타인 웨인 루니가 그 빛을 발하기는 애초부터 무리다.
루니의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서는 속공상황이 필요하지만 맨유는 과거 보여주었던 간결함과 스피드를 상실했다.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스피드를 올려 무서운 톱스피드상황에서 상대방 페널티박스 진영에 모습을 드러내는 웨인 루니의 모습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웨인 루니가 아니다.

올시즌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래서 우승가능성까지 거론되곤 하는 레스터 시티의 약진에는 바디라는 신예 스피드스타가 있다.
이 팀은 바디의 스피드를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사용한다. 레스터는 볼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끌어들여 볼을 끊으면 긴거리를 주파하여 역습한다. 이 과정에서 바디는 스피드를 올려 톱스피드에 도달한다. 이런 전형적인 롱카운터, 리토리토 전술로 레스터시티는 내노라하는 강자들 틈에서도 프리미어리그 수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선수비 후역습 스타일의 축구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지만 축구에 정답은 없다. 결과만 좋다면 어떤 스타일의 축구도 선이다. 그리고 티키타카의 바르셀로나의 축구가 반드시 아름다운 축구인 것도 아니다. 다른 스타일의 축구도 충분히 아름답다.
스피드... 축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 요소를 프리미어리그는 이 스피드가 축구를 얼마나 재미있게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리그다. 이런 프리미어리그에 맨유가 있었고 루니가 있었다.

도대체 반할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퍼거슨은 기존의 견수속공 스타일에 포제션사커를 도입하고자 노력했다.
반할은 확실히 맨유에 포제션사커를 심는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그 대신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그렇게 거금을 들여서 해놓은 것이 루니를 반신불수로 만들고 그저 패스를 돌리면서 도망다닐 뿐인 수비적 포제션사커의 맨유를 만들어 놓은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카가와 신지를 방출하면서 내뱉었던 그의 철학인건지...

지금 맨유를 보면 반할감독의 지휘아래 초호화멤버를 갖추고도 월드컵 예선에서 광탈했던 과거 네덜란드 팀이 떠오른다.




덧글

  • 공감 2015/12/11 14:48 # 삭제 답글

    맨유란 팀은 지던 이기던 경기를 박진감넘치게 하던 팀인데 지금 맨유경기는 딱히...전술딸치는 FMㅈ문가나 열성빠가 아니고선 90분을 쭉 챙겨볼 이유가 있나 싶을정도로 지루해서
  • wizard 2015/12/12 20:39 #

    네 맞습니다. 그전 맨유 경기를 보면 세련된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었죠. 그 스피드.. 무조건 볼만 돌리는 포제션 사커처럼 재미없는 축구도 없긴하죠.
  • TKEnddl 2015/12/11 16:10 # 삭제 답글

    다 공감하지만 카가와신지는 기량을 떠나서 퍼거슨축구에도 안(못)어얼리는 계륵같은 존재였음...

    클롭의 축구에 거의 최적화...지금의 돌문에서도 약간 삐걱거리는게 느껴짐...
    리버풀로 돌아가면 잘할수있을라나
  • wizard 2015/12/12 20:44 #

    공감합니다. 맨유의 전통에서 보면 카가와의 플레이 스타일은 안맞는 것이 확실했죠. 지금 돌문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은 없습니다. 과거 돌문이 분데스리가를 연패하던 시절의 포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돌문의 약점을 잘 커버해주면 밸런스를 잡아준다라는 느낌입니다. 지금 돌문의 약점은 스피드를 활용한 롱카운터 능력은 놀랍지만 그대신 볼로스트가 많아 역습허용도 많다라는 데 있죠. 카가와가 그 약점을 그래도 어느 정도는 메워주고 있습니다. 물론 카가와의 능력을 100% 활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크게 성공했던 것은 아무래도 과거 바이에른 뮌헨을 물먹이던 시절의 클롭의 돌문이겠죠. 레반도프스키에 대한 그리움...
  • 퍼구슨 2016/03/20 05:22 # 삭제 답글

    퍼거슨이 4-4-2를 쓸수 있던것도 루니같은 선수가 있기 때문. 비슷하게 유벤투스의 테베즈가 있겠고. 요즘은 워낙 포제션이 강조 되어서 이런선수 찾기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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